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3

제 19 화

 

비었어요

분명 여기 있었소?

 

원래는 그랬죠

 

위에도 있어요

 

내가 가겠소

 

어디죠?

 

양대형, 어서 숨어요

 

어서요. 빨리요...

 

아버지...

 

-뭘 하고 있었지?
- 아무것도요

 

-숨기지 마라
-아버지...

 

양과 녀석에게 해독제를 줬느냐?

 

아니에요

녹악, 아빌 몇번이나 배신할 셈이냐?

 

둘을 만나게 해준 걸 모를 줄 알았느냐?

 

네가 그를 흠모하는 걸 알고 있다

네가 이러지만 않았어도
그를 풀어줄 생각이었어

내 혼사가 끝나고
너와 그를 엮어주려 했건만

 

혼사 생각뿐이신 아버지가
절 생각하셨다고요?

맞아요

정 많고 의로운 그를 흠모하였어요

하지만 그의 마음엔 용낭자뿐인걸요

 

제가 그를 도운 건

그를 살려줄 생각이 없으신 걸 알아서죠

용낭자가 단념하도록
그를 죽이실 거잖아요

버릇 없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여태 키워놨더니 이 아빌 배신해?

 

키워준 은해도 모르고

내놔라

뭘 말이죠?

모를 줄 아느냐?
절정단을 내놔라! 빨리!

아버지, 정말 없습니다

혼이 나야 내놓겠느냐?

 

양대형에게 절정단을 줄 생각이었지만

제가 왔을 땐 이미 텅 비어있었다고요

제가 손에 넣었다면

벌써 양대형에게 줬지
왜 갖고 있겠어요

 

좋아, 발뺌하겠다?

 

널 여기 가두겠다

 

네게 절정단이 있어도

 

이젠 그를 구할 수 없어

 

절정독이 12시진 후
심장에 퍼져 죽을 테니

아버지, 그건 안돼요

절 못 믿으시겠다면 보여드리겠어요

약이 있나 보세요

 

그래, 알았다
내 너를 믿으마

널 봐서
녀석의 목숨은 살려주지

 

혼례가 끝나면
놈을 내보내주겠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허나 외부인을 서재에 들여
물건을 훔치려 했으니

절정곡의 규율에 따라 어찌 되는지 알겠지?

죽음에 처합니다

 

맞다

 

비록 친 딸이라고 해도

 

수 백년의 규율을 깰 순 없지 않겠느냐

나도 어쩔 수 없구나

 

하나만 더 물으마

양과를 안 돕겠다고 하면
널 용서해 주겠다

둘 중 하나만 살려주마

그가 살기 원하느냐
네가 살겠느냐

그를 살려 주세요

 

역시 내 딸답구나

내 소원대로 해주지

 

잠깐!

 

양대형!

양대형...

 

양대형

 

공손낭자!

 

양대형

함께 죽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모두 내 탓이오

 

악어에요

 

양대형!

 

-두렵소?
-두렵지 않아요

 

서재 아래 이런 연못이 있었다니

 

낭자도 몰랐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진 저를 멀리하셨죠

멀리 했다고요?

 

[새 자막]

하지만 친 딸이잖소

 

너무 시끄럽구나

 

-악어를 이용하다니, 비겁해
-아버지 대신 사과할게요

 

여긴 정말 춥군요
내 옷을 입으시요

 

이게 뭐지?

절정단이 어떻게 당신 옷에 있죠?

 

녹악 낭자

 

류낭자

 

왜 옷을 갈아입지 않소?

 

녹악 낭자가 오면
알아입겠어요

 

녹악은 오지 않으니
기다릴 것 없소

 

내가 다른 일을 시켰소

 

그 아이는 왜 찾소?

 

양과를 봐야겠어요

 

혼례가 끝나면 그를 보내준다 하지 않았소?

 

그는 무사하니 걱정할 것 없소

 

날 잡아먹긴 어려울걸?

 

좋아, 놀고 싶다면 내가 상대해주지

 

어서와

 

이리와...
덤비라고

 

양대형

 

양대형

 

목을 비틀어버렸소

 

이게 뭐지?

 

영지에요

노완동이 훔쳐간게 아닌가요?

이제 알겠군

노완동이 내 옷에 숨겨준 거요

당신 아버지 앞에서 그가 옷을 벗고

훔치치 않았다고 했잖소?

실은 몰래 내 옷에 숨겨둔 거였소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다는 말이

바로 이 뜻이었군

난 노인의 실력에 반도 못 미치는 군

 

어서 절정단을 드세요

 

조심해요
그게 마지막이니까

이것 뿐이라고?

 

당신 아버지에게도?

 

사형 말씀에 따르면
예전엔 많이 있었다지만

이유는 몰라도 지금은 하나밖에 안 남았지요

다시 만들려고 해도 약재를 구하기 힘들대요

따라서 정화의 맹독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죠

조그만 상처는 저절로 낳지만

중독이 심하면 목숨을 건질 수 없으니까요

 

절정단 한 알로는 한 명밖에 구하지 못하니까

 

왜 안드세요?

 

빠져나갈 방법을 찾읍시다

 

용낭자에 대한 양대형의 사랑은

세상어느 남자도 따라올 수 없어요

아버지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는 하시지만

당신에게 비하면 부끄러울 정도에요

 

하나 남은 절정단을 도둑맞은 걸 알면서

 

그래서 고모가 36일 밖에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모를 탐하다니

 

이 연못의 악어도 그 보단 양심적이겠소

 

공손낭자, 미안하오

 

내가 실언을 했군요
용서하시오

 

쓰레기잖아

 

절정곡의 지도에요
연못 아래 통로가...

 

공손낭자

 

철 없는 젊은이의 마음이 나와 비교나 되겠소?

 

난 처와 사별한 후로 늘 혼자였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내 처에게 했듯이 당신을 아껴주겠소

변치 않는 사랑을 하늘에 맹세하오

 

아내를 사랑하셨군요

그렇소...
그녀를 사랑했소

참으로 지혜롭고 현명한 여자였소

명성 높은 철장방 방주 구천인의 동생이었지

 

강호에선 그녀를 철장연화 구천척이라 불렀소

 

양대형, 괜찮아요?

 

-괜 찮소?
-전 괜찮아요

어서 옷을 입으세요

 

양대형, 저길 보세요

 

양과와 공손낭자가 인사 올립니다

 

-공손낭자라...
-공손곡주의 따님입니다

 

곡주라면 공손지말이냐?

 

네, 제 부친이십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넌 누구냐?

 

녹악이라고 합니다
푸를 녹에 꽃 악을 쓰지요

몇 년 몇 월 몇일 생이지?

 

그건 왜 물으세요?

 

열여덟 살이고
2월 3일 묘시생이냐?

 

어떻게 아셨죠?

 

왼쪽 어깨에 붉은 점이 있지 않느냐?

 

그건 제 부모님 외엔 누구도 모릅니다

혹시 제 부친이나 돌아가신 모친을 아세요?

 

돌아가신 모친이라...

 

알고 있지

 

왼쪽 어깨에 붉은 점을 내게 보여줘

만약 거짓이라면 당장 죽여 버리겠다

 

맞구나... 내 딸이구나

딸아..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머니...
정말 어머니가 맞나요?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어머니...

 

나와 내 처는
하늘이 맺은 인연이었소

우린 조상대대로 절정곡에 살았는데

내가 곡주가 됐을 무렵
그녀가 여기 숨어들어왔지

 

한창 혈기왕성했던 나와
꽃처럼 젊던 그녀는

 

첫눈에 서로에게 반해 부부가 되었소

 

젊고 예쁘던 나는 무심코 이곳에 들어왔고

 

나보다 몇 살 아래인 그를 만났지

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만 그와 혼인을 했어

알고보니 그는 철장방의 무공이 탐나 혼인한 거였지

철 없던 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의 원수를 죽이고 내 무공을 전수해줬어

우린 진심으로 사랑했고

매일 무공을 연마하고 함께 시를 읊으며

꿈같은 나날을 보냈소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말이오

우리가 고묘에서 지낼 때도 그랬었죠

허나 하늘이 우리 사랑을 시샘했는지

어느날 갑짜기 아내가 모질 병에 걸렸소

난 밤 낮으로 간호하며 온갖 약재를 구해와

아내의 병을 고치려 했지

허나 운명을 막지 못하고 아내를 보내고 말았소

 

그 간악한 사람은 무공을 다 전수받자

내가 널 낳던 해에 내 눈을 피해

유아라는 계집과 놀아나기 시작했지

난 갓 낳은 널 돌보느라
그런건 까맣게 몰랐어

그렇게 내 눈을 피해 몇 년 놀아나다가

그들은 영원히 날 피해 도망가기로 약속했어

마침 난 나무 뒤에 있다가

그가 내 곁에 있으면 숨이 막히고

그 여자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지

그 여자는 그 놈을 영웅이라고 칭찬하더군

영웅은 무슨!

영웅 발끝도 못 따라가지

평생 뒷간 청소만 시켜도 시원찮을 놈

 

난 둘을 정화숲에 밀고 정화독에 중독시킨 후

정정단을 모두 없애버렸다

 

왜 소릴 지르지?

너무 통쾌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둘은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빌었지

난 절정단 한 알을 꺼내놓고 말했어

절정단은 하나뿐이니 한 명 밖에 못 산다

누가 살 것인지 결정해라

 

여자가 고통스럽게 땅에서 뒹굴자

그는 검을 꺼내 말했지
'우리 죽어서 부부가 되자'

그러자 그녀는 아품을 참으며 이렇게 말했어

오라버니, 우리 함께 죽어요

공손지는 검을 꺼내...
그녀를 찔렀어

 

사람의 운명은 알 수가 없소

 

아내가 죽은 후 가까스로 슬픔을 견디고

홀로 어린 딸을 키웠소

허나 늘 마음속엔 아내 생각뿐이었지

절정곡에는 젊고 예쁜 여인도 많지만

다른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었소

십년 넘게 혼자 지내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지켜왔소

 

다시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홀로 늙어갈 거라 생각했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저를 요?
-그렇소, 당신

 

당신을 본 순간 사랑에 빠졌소

당신이 양과를 보는 눈빛에
그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오

제 고통을 잊게 해주려고
혼인한다는 것도 핑계였군요

그렇진 않소

당신의 고통도 잊게 해주고 싶소

 

여기서 행복하게 삽시다

 

그가 여자를 죽인 후
난 절정단이 하나 더 있다며

만약 진심으로 빌었다면
둘을 살려줄 생각이었다고 했지

그러자 그는 웃으며 말햇어
'난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이제는 당신만 아껴주고 한 눈 팔지 않겠소'

난 그의 거짓에 속아 그를 용서했지

시커먼 그 속을 누가 알았겠어

그는 술에 약을 타 나를 기절시킨 후

팔과 다리 힘줄을 모두 잘라버리고

나를 이곳에 버렸어

 

이렇게 다 털어 놨으니

내 순수한 마음을 믿을 수 있겠소?

내가 양형제에게 좀 심하긴 했지만

그건 당신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오

내 마음을 알아주시오

 

전 처를 그토록 사랑하면서
어떻게 제게 반했죠?

그렇게 사랑한다면 왜 저와 혼인하려 하죠?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게 아닌가요?

아닌가요?

 

낭자, 내 마음을 아직도 모르겠소?

그건 당신이...
전처를 닮았기 때문이오

당신을 보면 그녀를 보는 것 같소

이건 하늘이 내린 은혜와 같은 거요

왜 날 못 믿으시오

 

전처를 닮은 사람을 원하면 석상을 새기지 그러세요?

 

석상을 바라보며 그녀를 그리면 되잖아요

 

그만 합시다

 

이미 약속한 일이니 되돌릴 수 없소

오늘은 쉬고 내일 혼례를 올립시다

혼인을 올리면 진심을 알게 될 거요

 

하늘이 도우시어 난 죽지 않았고

여기까지 기어와 지금껏 대추로 연명했지

 

선배! 팔다리의 힘줄이 잘렸는데

대추는 어떻게 땄죠?

건방진 놈! 날 얕보는 게냐?

 

봤느냐?

무공은 못 쓰게 됐지만 내공은 더 세졌지

 

너희들은 어쩌다 여기에 온 게냐?

 

선배! 공손지가 저희를 이곳으로 밀었습니다

 

사부님

 

양과 때문에 일을 망쳤으나
오늘은 실수 없도록 해라

제자들을 시켜 철저히 지키도록

만약 오늘도 방해 받으면...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은?

감시하라고 시켰는데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좋아

그들이 양과와 친구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양과와 무슨 관계일까요?

그야 어찌됐든 잘 감시해라

명심하겠습니다

 

공손지

천벌을 받을 짐승 같으니

짐승만도 못 한 놈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자식마져 죽이려 하다니

내 손에 걸리면 가만 안 둘 것이다

뼈를 갈아 물고기 밥을 주고
심장을 개 먹이로 줄 테다

죽어서 귀신도 못 되게 만들테다

어머니, 제발 그만 하세요

뭐가 어때서?

그를 죽여도 한이 안 풀리겠다

 

욕하는 게 싫으냐?

짐승만도 못한 그 놈을 아비라고 생각하는게냐?

선배! 화만 내면 뭐하겠어요

탈출할 방법을 찾아요

선배! 이곳에 다른 출구가 있는지 아시나요?

출구?

 

시집온지 수십 년이 돼도

 

이런 연못과 동굴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출구가 어딘지 어찌 알겠냐?

 

나무를 이용하면 돼요

 

나무를 어떻게요?

나무 껍질로 밧줄을 만들면 돼요

내가 먼저 올라가서 둘을 구해주면 되죠

좋은 생각이에요

 

국사, 양형제를 구해야 되는 거 아니요?

어쨌든 동행이잖소?

그와는 안 지도 며칠밖에 안 됐잖소

목숨이라도 바칠 생각이요?

 

알게 된 시간은 짧아도

용맹한 젊은이가 죽는 건 안타까운 일이오

조급해 하지 마시오
국사의 의견을 들어 봅시다

 

나라고 별 생각이 있겠소?

양과가 곡주의 혼사를 망쳤으니

나서서 돕기도 그렇고

공손곡주도 우리를 손님으로서 대해주니

남의 좋은 일을 망칠 수도 없잖소

 

우선 기다려 봅시다

 

맞는 말이군

용낭자만 안 됐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지

그런 늙은이에게 시집가다니

 

양대형

 

저 녀석도 네 아비처럼 우릴 버리진 않겠지?

양대형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애야, 너는 모른다

남자에 대해선 마음을 놓아선 안돼

그에게 시집가거든 잘 감시하도록 해라

내 눈앞에 있을 때나 내 남편이니까

난 복이 없어서 천척이란 이름을 얻었지

천척이나 떨어져있는데

내 남편일 수가 있나

저와 양대형은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